예전에 같이 일했던 형이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현재 구직 중이라고 하니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줬다. 그런데 지역이 제주도다. 제주도... 제주도에서 일하는 건 생각도 안 해 봐서 이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상황에 대해 검색을 해 봤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이라면 역시 제주도의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출근길 혹은 퇴근길 푸른 바다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주말에는 집 앞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휴가를 온 것 같은 상상 말이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는 기본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지켜진다고 한다. 그러나 직종 특성상 그러한 것은 별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했다. 단점은 평균적으로 낮은 임금이다. 이것은 미리 알려줬다. 희망 연봉만큼은 못 챙겨주겠지만 그만큼 힘들지 않다고 했다. 힘들지 않다는 건 일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연봉은 고정된다. 연봉이 높지 않다는 건 지방으로 가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꽤 높은 물가이다. 섬 지역이다 보니 육지에서의 배송비가 꽤 많이 든다. 그렇다 보니 일반적인 생필품은 모르겠지만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은 배송비가 비싸다고 한다. 배송비가 비싸면 어쩌면 온라인 쇼핑을 잘 안 할지도 모르겠다. 비싼 배송비를 생각하며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집을 구하는 문제도 있지만 이건 기숙사를 제공한다고 했으니 상관이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제주도로 가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알렸다. 한 번쯤 제주도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로망은 나에게 아직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됐다. 또 하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짐의 처분 문제가 걸렸다. 제주도로 이사하기는 어려워서 대부분 처분하고 거의 몸만 가는 형태가 돼야 하는 데, 이게 힘든 일이 될 것으로 생각됐다.
결국에는 거절했지만, 제안해 줘서 고마웠다.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최근 이력서를 조금씩 내기 시작하면서 약간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이 났다.
직장에서의 관계는 비즈니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글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힘든 업무를 할 때도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업무가 재미 있어진다. 야근하더라도 힘들지 않다. 반면에 아주 간단한 일도 합이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아주 괴롭고 힘든 일이 된다. 직장 관계를 단지 비즈니스로 본다면 사회생활은 매우 삭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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