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6일 일요일

퇴사 10개월...

회사를 퇴직한 지도 벌써 10개월 가까이 지났다. 방송통신대 졸업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학기만큼은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이리 오래 쉴 줄은 몰랐다. 지나고 나니 이제야 체감이 된다.

방송대 시험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시험장에 가서 치르지 않고, 과제물 온라인 제출로 바뀌었다. 시험공부도 어렵지만, 과제물을 작성한다는 건 시험공부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과제를 쓰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전무하면 첫 단어 자체를 떼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또 어설프게 아는 건 반드시 다시 한번 찾아봐야 한다. 그렇기에 과제를 완성하는 건 그것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시험공부가 암기력 위주의 공부라면, 과제물은 깊은 이해와 새로운 사고방식,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방송대 다니면서 A를 받아 본 적이 거의 없다. 이번 학기는 처음으로 ALL A를 받았다. 자랑이지만 좀 열심히 했다. 그러나 시험으로 채점을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과제 채점 방식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그동안 매우 불성실한 학교생활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단지 4년제라는 타이틀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이력서 제한의 문턱인 4년제를 넘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F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제대로 공부하면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이 실감하기도 했다. 지금의 마음을 학창 시절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창 시절이 공부만 하면 되는, 공부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공부하기 가장 싫은 시절이다. 아이러니하다. 10개월의 공부 시간은 마치고 이제 돌아가야 한다. 험난한 취업전선으로...


문제는 10개월 가까이 있는 공백이다. 나름 공부했다는 핑곗거리가 있긴 하다. 당연하지만 공부만 한 건 아니다. 놀았다. 매우 잘 놀았다. 논다는 것의 정의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내 나름대로 잘 놀았다.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커리어의 단절은 감당해야 한다. 사실 지금껏 인식하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한 지도 모른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 현시점에 무시의 한계에 도달했다. 취업의 목표는 통장잔고와 반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돈 버는 것에 관해 많은 관심을 쏟았다. 주식을 공부하고 시작했으며, 부동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개발로 돈 버는 법을 찾아보았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약간 장밋빛 미래를 상상했던 것 같다. 일하지 않는 삶은 누구라도 꿈꾸는 삶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주식은 이런 나의 망상을 철저히 부셔 버렸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투자 했던 주식이 반토막 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주식을 하면서 느낀 건 목돈의 부재였다. 주식으로 돈을 조금 벌긴 했지만, 그리 큰돈은 되지 못했다. 1000만 원의 5%라고 해봐야 50만 원이다. 5%의 이익을 내는 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부동산 역시 그렇다.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한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돈이 많아야 돈도 잘 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돌고 돌아 결국 내 목적지는 취업전선으로 결정 되었다.

첫 번째 직장 이후 처음으로 길게 가진 쉼이었다. 이전에는 일한다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즐거움을 알고 나서 다시 취업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일과 삶의 균형의 중요성을 조금은 느끼게 된 것 같다.

1억이 매우 우습게 느껴지는 시대이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데, 정장 내 돈은 하나도 없다니,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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