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지 어느덧 열 달이 다 되어 간다. 방송통신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만큼은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마침 코로나 여파로 시험 제도가 바뀌어, 시험장에 앉아 답안을 쓰는 대신 온라인으로 과제물을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과제물 작성이라는 건 시험과는 전혀 다른 난관이었다. 시험은 아는 만큼이라도 적을 수 있지만, 과제는 아는 게 없으면 첫 문장조차 쓰지 못한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설령 조금 알고 있더라도 그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과제를 완성한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해냈다. 처음으로 ALL A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자랑이지만,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은 매우 불성실한 학생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단순히 ‘4년제 졸업장’이었다. 누구에게도 대단한 의미는 아니었지만, 취업 문턱의 최소 요건을 넘기기 위한 타이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F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달랐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았다. 학창 시절 이런 마음을 가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스쳤다. 늦었지만,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험난한 취업 전선, 그리고 10개월의 공백. 물론 핑계는 있다. 나름 공부에 매진했다고. 하지만 그것만 한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놀았다. 그리고 잘 놀았다. ‘논다’는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듯,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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