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가 막혔다. 음식물 쓰레기를 잘못 버린 게 문제였다. 혼자 사는 지인의 집에 갔을 때,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로 처리하길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나흘 동안 변기를 뚫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간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긴다.
1. 페트병
예전에 한 번 뚫었던 적이 있어서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잘 안 됐다. 막힘의 정도가 달랐다.
2. 뚫어펑
다이소에서 샀다. 1,000원이다. 안된다. 뚫어뻥은 고무가 얇은 게 잘 뒤집어지지 않아 좋다고 한다. 다이소에서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2. 뚫어펑 액체
액체를 붓고 30분 정도 지나 물을 내려 확인했으나 그대로였다. 자기 전 부어 넣고, 아침에 확인했으나 역시 그대로였다.
0.5L를 넣으라는 걸 1L로 넣은 거였는 데도 그렇다.
3. 철사 옷걸이
절대 안 된다. 이걸로 된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4. 세제와 뜨거운 물
역시 안된다.
5. 미스터 펑
거금 5만 원을 주고 샀다. 이전 버전이 3만 6천 원 정도인데, 나중을 위해 올인원이라는 신형을 샀다. 택배를 받은 후 기쁜 마음으로 도전했다.
참패다. CO2가 2박스가 같이 오는데, 한 박스에 10개가 들어 있다. 11개를 썼지만, 안됐다. 댓글 간증을 너무 믿었다.
구멍을 막는 고무가 작다. 물이 튄다. 한 박스를 다 써도 안되니 더는 시도해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 박스면 6천 원이다.
중고나라 행 결정이다.
6. 관통기
나의 구세주. 철물점에서 9천 원에 샀다. 온라인에서는 5천 원 정도다. 배송비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이다. 관통기 역시 처음에는 안됐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힘써 봤지만, 안됐다.
거의 자포자기였다. 업체에 예약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도했다. 됐다. 물이 내려가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물이 잘 내려간다. 이때의 카타르시스는 뚫어 본 사람만 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뚫리는 순간의 기쁨을 모를 것이다.
변기 막힘으로 인한 검색으로 참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게 비데용 물티슈라는 거다. 물에 분해 되는 성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게 다 마케팅이다. 내가 쓰고 있는 물티슈 역시 물에 녹는 재질이라고 했다.
실험해 봤다. 컵에 수돗물을 받고 물티슈를 넣고 1시간을 기다렸다. 티슈는 전혀 분해 되지 않았다. 믿을 게 하나도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지 알게 됐다. 음식물 쓰레기는 쉽게 분해 되지 않기 때문에 배관이 막히는 원인이 된다. 변기에는 변과 휴지만 넣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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